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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서평 쓰는 법>을 읽고.

서평이란 무엇인가

책을 읽고 쓰는 글은 서평과 독후감으로 나눌 수 있다. 둘의 경계는 희미하고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독후감은 책을 읽은 후의 개인적인 감상을 적은 글로 서평보다 정서적이고 내향적이다. 서평은 논리적으로 책에 대한 사유를 적은 글이다. 자기주장을 설득하는 외향적인 글이다. 독후감이 독백에 가깝다면 서평은 서평을 읽는 사람��의 대화이다. 글쓴이에게 독후감은 글 쓴 이를 치유하고 서평은 통찰의 경험을 준다.

책과 서평은 어떤 관계인가. 책은 한번 출판되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책은 항상 새롭게 읽혀지고 읽혀져야 한다. 독자가 책을 읽고 책에 대해 말하면서 책의 경계는 넓어지고 맥락이 생긴다. 책은 서평을 통해 살아있게 된다. 고전이란 새로운 해석이 가해지는 가운데 그것을 버텨내는 텍스트이다.

서평을 왜 쓰는가

책은 독자의 세계를 넓혀준다. 알지 못했던 주제, 생각해 보지 못했던 사유를 접하면서 독서는 독자에게 자기성찰의 기회를 준다. 독자가 책에 깊게 빠질수록 독자가 책에서 얻는 것은 많아진다. 서평은 독자를 책 속으로 더욱 깊게 빠지게 한다. 독서는 책장을 덮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삶을 통해 해석하고 실천하는 것까지 이어진다. 서평은 독서의 연장이고 일종의 묵상이다.

서평은 또한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글이기도 하다.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들, 이 책을 읽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책을 읽으면서 독자가 생각한 것들을 설득한다.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가

책을 읽고 나서 글을 한번 써 보려고 할 때 무얼 써야 할지 모르겠고 쓸 말이 없을 때가 많다. 서평을 쓰기 위한 독서를 위해 책을 읽는 이유와 책에 대한 태도, 두 가지를 염두에 두면서 읽으면 도움이 된다.

우선 책을 왜 읽는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독서의 목적은 정보 습득, 인격 수양, 쾌락, 자기 과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왜 읽느냐에서 나오는 질문들에 답하면서 책을 소개하면 된다.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책에 대해 양가적이어야 한다. 책을 숭배하면서 한편으로는 비판해야 하고 책에 매료되어 빠지는 동시에 거리를 두고 읽어야한다.

서평의 요소

서평의 핵심 요소는 요약과 평가이다. 요약은 책의 핵심을 도출하고 나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차례는 책의 구조를 말해준다. 독서를 하면서 수시로 차례를 들여다보면 읽고 있는 본문의 맥락을 파악하기 쉽다. 각 장을 읽은 후에 든 생각을 바로바로 정리해야한다. 그래야 나중에 어느 장을 넣고 뺄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평가는 다른 말로 '맥락화'이다. 책은 공중에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맥락 속에 있다. 좋은 서평은 책을 바른 맥락에 놓아 책의 의미를 드러낸다. 제목, 목차, 문체, 지식과 논리를 평가한다. 문체가 난해한가, 읽기 편한가도 평가의 요소이다. 어떤 책은 저자가 의도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썼다. 읽기 어려운 이유가 저자 때문인지, 나의 지식 부족 때문인지, 번역자가 있다면 번역자 때문인지 파악해야 한다. 책이 해당 영역의 지식을 정확하게 충분히 다루었는지 봐야한다.

서평의 방법

서평을 쓰기 위한 독서는 정독해야 한다. 좋은 책은 읽을 때 계속 질문을 던진다. 따라서 독서 전에 메모 할 준비를 하고 책을 읽으면서 책의 구절을 발췌하고 그 문장이 촉발한 자신의 생각을 적어라.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허공으로 사라지기 전에 바로 적어야 한다.

하나의 문단은 하나의 생각을 담아야 한다. 한 문단에서 사유를 제시하고 논증하고 부연하고 상술한다. 인용이 있으면 설명이, 주장이 있으면 논거가 뒤따라야 한다.

계속 퇴고하며 글을 다듬어라. 처음 쓴 글은 맞춤법과 문법이 틀린 부분이 많다. 퇴고를 거듭하면서 이를 고치고 더 분명한 단어와 문장을 선택해야 한다.

평가

서평이란 무엇이고 왜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책이다. 책이 얇아 빨리 읽을 수 있지만 원론적인 내용이 많아 생각하며 읽으면 좋다. 일독할 가치가 있다.